일기에 쓰지 않았던 10월2일의 기억,
지금은 한달이 지나 아마 조금은 조각나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적어 놓아야 나중에 여운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2.28공원에서 만났다. 만나서 공연장으로 바로 갔다. 그 전 차례의 밴드가 공연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공연이 끝나고였던가, 어쨌던 그의 공연이 시작하기 전 음료를 사기 위해 친구와 편의점을 갔다. 포카리스웨트 2병과 비타민워터 2병을 샀다. 팔천육백원이었던가. 앉아서 친구의 구두를 잠시 늘려주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그의 동료가 있어 음료가 든 검은봉투를 전해주었다. 그런데 그에게 줄 걸 그랬다. 전해받은 그 동료만 비타민워터를 마시고 있었다. 솔직히 귀엽고 웃겼다. 음료만 줬는데 연신 고마워하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했다. 공연중에 그는 동료가 챙겨간 한병의 비타민워터를 나눠 마시더라(아니 4병이나..) 공연 중에도 고마워하길래 그냥 웃어넘겼다. 솔직히 축제때 깊었던 감각이 애매해서 확인하고자 간 공연이었다. 공연가기 전 까지는 나는 별 생각 없었다. 야구도 보러 다니고, 올해 처음으로 연애운도 보고(내가 남자가 생기긴 할지 본것이다.) 그러니까 딱히 마음에 좋아하는 느낌로 담아두고 있지는 않았다. 좋았으면 축제때 그렇게 미쳐 날뛰지는 않았겠지. 공연까지도 좋았다. 나는 또 역시 미쳐 날뛰어 공연을 봤고,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기념 사진을 찍고싶어 대기실로 향했다.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는 명찰을 달고 있지 않았는데, SNS에서 나눈 댓글과 프로필로 알아챈거였을까, 아직도 궁금하다. 이름이 독특하다 생각하여 더 기억해준걸까. 진짜 궁금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특히 내가 방금까지 열광하고 눈 앞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공연을 하던 그가 나를 알아봐주고 기억해줬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 기뻤어야 할 일이다. 사진찍어요. 인터뷰 끝나고 올라가서 찍어요. 그게 다였다. 그리고 내가 아끼던 지갑 속 사진에 싸인을 받았다. 왜그랬을까. 아끼는거였는데. 그러고싶었다 왜인지.. 그리고 올라가서 다같이 사진을 찍고 감사인사를 나누고 나는 내 동행인들과 함께 앉아 가벼운 담소를 나누었고, 그는 다른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는 이때 너무 흥분해서 조금 날뛰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두근거려서 잠시 들린 빙수집에서도 돈을 내고 빙수는 먹지도 않았다. 두근거림이 마치 뱃속에 나비 수십마리가 날아들어 입 밖으로 내장들이 튀어나올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두근거림은 처음이었다. 성취감 외에 감정이 섞인 오묘한 느낌. 그러고 친구의 남자친구 공연과 마지막 공연마저 다 봤다. 사실 친구의 남친 공연때 저기 옆에서 경청하는 그가 너무 신경쓰여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귀는 음악을 듣고 있지만 스피커 앞에 오래 서 있을 때 처럼 이명이 온 듯 한 느낌이었고, 두근거리는 소리에 묻히능 기분이었다. 그래서 입구를 보는 척 하며 그의 옆모습을 자꾸 흘끔거렸다. 내가 살다가 남자를 이렇게 두근거리며 계속 훔쳐보고.. 웃겼다. 자꾸 웃음이 났다. 나에게 뭘 딱히 선물해준 것도 말을 많이 해준 것도 아닌데 괜시리 자꾸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왓다. 대놓고 쳐다보고 싶었는데 그건 내가 생각했을 때 미친년같아서 참았다.(남이 생각해도 그렇겠지만) 그리고서 친구 남친의 차를 빼주는 소동이 일어났고. 그 전에 짐을 빼는 그들을 보고 잘 가라 하였는데, 짐 두고 다시 올거에요. 라길래 다시오세요~(안녕히가세요 톤으로) 했다. 또라인가. 흘려들었길바란다... 그리고 마무리 하고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려는 친구의 남친과 대화를 나누었다. 뒷풀이 장소가 가득 차 우리까지는 못갈거라며 눈치를 보는 친구의 남친이었다. 사실 조금 눈치채자면 그 오빠가 뒷풀이 장소 가면 자기 여자친구 잘 못챙겨주고, 또 여러가지 이유에 그냥 안데려가고픈 마음도 좀 있었을테다. 나는 솔직히 뒷풀이 엄청 두근거리며 기다렸기에 물론 실망감도 컸지만 쿨한척했다. 조금 찡찡대다기.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아쉬운 마당에 뒷풀이 위치는 아니까 친구 남친을 먼저 보내고 간격을 두고 몰래 미행(?)했다. 안들키고 뒷풀이 장소까지는 갔는데 문제는 들어가느냐 마느냐.. 앞에서 한참 서서 고민하는데 공연장에서 표검사를 돕던 분이 왜 안들어가시고있냐기에 사정을 설명했더니 자기가 책임져준다며 우리에게 들어오라 하였다. 난 또 민망해서 애들 들어가고도 밖에서 쭈뼛.. 그러고 착석했다. 우리를 데려가준 분과 함께 앉았는데 하필 건너편 대각선에 그가 있다. 눈 앞에 고기가 있는데 넘어가지를 않는다. 목구멍이 턱 막혀서 밀어내는 것 같다.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붉어진 그를 가끔 훔쳐봤다. 미쳤다. 사람이 한 순간에 이렇게 좋아질 수가 있나. 그냥 흐리멍텅해 보였던 것 같은 얼굴인데, 저 붉어진 얼굴이 왜 저렇게 사랑스럽지. 목이 탔다. 당황스러워서. 그리고 왜인지 자꾸 눈에 보여서 긴장이 되어서 술만 들이켰다. 나는 맥주 쓰레기라 소주만 마셔야하는데 소맥을 연신 들이켰다. 알코올 한계치가 아닌 맥주 한계치에 도달했다. 내 자신이 취한 것을 깨닫고, 소주로 갈아탔다. 또 슬쩍 보니 그도 뭔가 아까 본 키큰 여자가 저기 앉아있네 싶었는지 눈이 한번 마주쳤다. 그 뒤로 마주친 눈은 그냥 나의 착각이라 생각한다. 근데 눈을 마주치고도 나는 그냥 인사하고 치우면 될 것을 눈을 피하고 술을 마셨다. 급 부끄러움이 최고치가 되어서 인사조차 못했다. 속으로 내 자신을 엄청나게 욕했다. 눈인사라도 할걸...미쳤지.. 팬으로 보이는 한 분과 동료와 동료의 애인 등등과 같이 앉아있다가 또 일어서서 인사하기도 하다가 나갔다가 들어오기도 하더라.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서, 어느곳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방금 마주친 상황에서 인사를 안 한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서 또 술잔을 들고, 비우고, 채우고.. 우리를 챙겨주신 분이 쟤 불러줄까? 했지만 나는 절대 부르지 말라했다. 안돼요 안돼요!! 라니 왜그랬냐 한달 전의 나야.. 당연히 부르면 뭔가 나는 티거 날 것 같고.. 티를 내고나면 내 주제에 무슨..이라는 생각에 우울해질 것 같기도 해서.. 그리고 그 자리를 파하고 2차로 갈 사람은 가자는 말이 들렸다. 지금 시각도 원래 생활패턴대로라면 외출금지 각인데 그 날은 엄마가 집에 없었다. 그래서 완전 일탈수준으로 막나갔다. 2차도 갔다. 이름은 많이 들어본 펍이다. 인디공연에 관심이 있다보니 종종 들었었다. 거기로 가는 길에서도 그의 앞으로 앞장서 가다가 길을 헷갈려 우뚝 섰다. 그리고 그가 지나가길래 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술은 취했고, 그는 앞에있다. 하지만 난 아직 그에게 인사도 아는척도 안했다. 그래서 뒤에서 평소보다 많이 하이한 상태로 동행인들에게 조잘댔다. 그리고 펍 지하계단을 내려가는데.... 미끄러졌다... 존나죽고싶다... 진짜....신발이 미끄러운 곳에서 미끄러지는 그런 신발이기도 했고 계단인지 신발인지도 젖었는데, 나도 취했었던터라. 지금 생각하면 이상할 일도 아닌데... 하필!!!하필 미친 진짜 왜 그의 뒤에서 미끄러져서는으아ㅏ아아ㅏ아ㅏ가악앙 그사람이랑 아까 그 음료받아간 동료가 뒤를 돌어보며 괜찮냐고 물었다. 몰라. 아픈거 그때는 1도 몰랐다. 일단 아픈척은 했다. 여기서 바로 벌떡 일어나면 민망해서 안아픈척한다고 생각할까봐 그랬었던건데, 멍청하다 진짜. 그리고 머리가 새하얘졌다. 창피하니 그냥 가주세요.했던가..옆에 우리 데려다주신 분도 괜찮으니 가라고 해주셨다..고맙다.. 한참 앉아있다가 일어났는데 민망해서 어쩔줄을모르겠더라.. (다음날보니 허벅지랑 옆구리 멍들어서 아팠음 ㅠㅠ) 그러고 들어가서는 뭘 했던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같이 간 후배랑 요즘 포켓볼에 맛들여서(나는 올해 여름 처음 쳐보고 아직 열번도 안쳐봄..) 둘이 포켓볼 연습이나 할까요. 하며 시작한건데 우리 데리고다녀두신 분(이하 표군이라하겠음)이 오셔서 같이할까 하셨고, 그사람은 어디서 온건지 정신차리니 나랑 팀이었다. 응? 이게 무슨상황이지? 생각해보니 나 쌩초보잖아!싶어서 저 정말 못치는데요 ㅠㅠ 라고했더니, 그 사람이 아주 듬직한 표정으로(내눈에는일단) 괜찮아요. 제가 잘 쳐요! 했다. 미쳤다 솔직히 포켓볼이고 뭐고 갑자기 너무 큰 충격이었다. 별거 아닌 한마디잖아 진정하자 라고 속으로 계속 진정시켰다. 겉으로 너무 티날까봐서 정말 포켓볼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나 진짜 포켓볼 못치는데, 화 한번 안내고 계속 잘했다고 해주더라.. 미안해서 집중하고 딱 맞추기라도 해보자 했는데, 야속하게도 휘청휘청거리는 나의 큣대.. 술과 그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데 포켓볼을 퍽이나 잘 쳐주겠다. (게다가 그가 사진찍으며 키가 크시네요 라는 말이 너무 신경쓰여서 계속 무릎꿇고 턱 괴어 구경했더니 나중에 내 다리가 시커멓더라.. 집가서 다리보며 진정 취했네 싶었다..) 그렇게 계속 치다가 내 차례에 흰공이 벽쪽에 바짝 붙어있어 어찌 쳐야할지 몰라서 당황하며 이거 어떻게 쳐야하는 거에요 하며 물었더니. 무슨 족발 손모양을 하며 이렇게 치면 돼요. 하며 건너편에 그가 알려주었다. 근데 내가 그걸 보고 따라 할 수가 있겠냐고.. 이제 걸음마 겨우 시작했는데! 그래서 또 찌질하게 어어...하며 못치니 답답했는지 와서 자세를 알려주었다.(여기서 나는 또 내 손등에 손 엎어 알려줬다며 일주일은 함께 갔던 친구에게 미친듯 떠들고 다녔다. 내가 이렇게 작은데 큰 의미를 두는 여자였다니..) 그래도 제대로 못쳤다.. 이제는 체념한 듯 쓴 웃음을 지으며 잘 쳤다고 역시나 말해주는 그를 보며 참 친절이 몸에 스며있는 사람인가..싶었다.. 나라면 조금은 장난스럽게 짜증냈을텐데, 그래도 이겼다. 이기고 하이파이브를 했던가? 기억이 안난다.(한참 나중에 표군을 따로 만나 그 때 이야기를 했더니 눈치까고 바줬지 라고 하던데 진실은 어디에) 그러고 애들이 내 폰으로 그 사람과 사진을 찍길래 나도 찍어달라했다. 애들이 끼려하길래 저리가라하고 둘이서 찍었다. 나중에 앨범보니 나 무슨 당구공에 맞은 개구리같이 나왔더라....그래도 어두워서 흔들린 덕분에 5장 찍었다.(전부 개구리였다) 그러고는 잘 모르겠다. 앉아있다보니 다른 아는 사람이 생맥주..그노무 맥주 가져와서 조금 홀짝이다보니 그가 없더라 3시쯤인가 그때부터 안보였다. 그러고 우리는 다트도 좀 하고 그러다가 4시에 귀가하였다. 다 같이 귀기헤 아버지께 안취한척 헸다. 태연한척 연기하던 나를 다시 떠올리면 참 소름돋는 사람이다. 그리고 다음날 그에게 개인 메세지로 (보내기 전에 이불킥을 여러번 시전하다가 아차싶어서 수습겸 보내기로 생각) 조금 길게 메세지를 보냈으나.. 약간 단답이 돌아와 마음이 좀 씁쓸했다. 그래도 이 날 뒤로 고기를 봐도 입맛이 없고 그래서 근 1개월 동안 5키로가 빠졌더라. 요즘 약속이 잦아 조금 조절이 안되는데, 예뻐지기 위해 나름 혹독하게 참는 중이다. 다음주는 다시 관리에 들어가야한다. 전에는 다이어트가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닌 포만감이 스트레스다. 지금은 예전만큼 올인하지는 않지만(이제는 그와 내가 잘 될거라는 가망따위 하늘로 날려버렸기 때문)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예뻐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내 만족이니까 이건. 그래서 고맙다. 그 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착각 잘 하는 나에게 좋아할 건수를 내어 주어서, 그리고 좋아지려 하자마자 착각거리를 주어서. 빠르고 깊게 빠져서 잠수병에 혼미했는데, 갑자기 깊게 빠졌더니, 작은데서 큰 충격을 느끼게 되어서 오히려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현실도 못 깨닫고 계속 아파하며 좋아했겠지. 그 날로부터 한달이 지난 현재의 나는 이제 옆에서 인공위성처럼 맴돌며 그저 엄마미소나 지으며 좋아하려고 한다. 이제 한 사람에게 가망없이 무리하지 않고 잘 구하겠다. 뭐라고
지금은 한달이 지나 아마 조금은 조각나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적어 놓아야 나중에 여운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2.28공원에서 만났다. 만나서 공연장으로 바로 갔다. 그 전 차례의 밴드가 공연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공연이 끝나고였던가, 어쨌던 그의 공연이 시작하기 전 음료를 사기 위해 친구와 편의점을 갔다. 포카리스웨트 2병과 비타민워터 2병을 샀다. 팔천육백원이었던가. 앉아서 친구의 구두를 잠시 늘려주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그의 동료가 있어 음료가 든 검은봉투를 전해주었다. 그런데 그에게 줄 걸 그랬다. 전해받은 그 동료만 비타민워터를 마시고 있었다. 솔직히 귀엽고 웃겼다. 음료만 줬는데 연신 고마워하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했다. 공연중에 그는 동료가 챙겨간 한병의 비타민워터를 나눠 마시더라(아니 4병이나..) 공연 중에도 고마워하길래 그냥 웃어넘겼다. 솔직히 축제때 깊었던 감각이 애매해서 확인하고자 간 공연이었다. 공연가기 전 까지는 나는 별 생각 없었다. 야구도 보러 다니고, 올해 처음으로 연애운도 보고(내가 남자가 생기긴 할지 본것이다.) 그러니까 딱히 마음에 좋아하는 느낌로 담아두고 있지는 않았다. 좋았으면 축제때 그렇게 미쳐 날뛰지는 않았겠지. 공연까지도 좋았다. 나는 또 역시 미쳐 날뛰어 공연을 봤고,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기념 사진을 찍고싶어 대기실로 향했다.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는 명찰을 달고 있지 않았는데, SNS에서 나눈 댓글과 프로필로 알아챈거였을까, 아직도 궁금하다. 이름이 독특하다 생각하여 더 기억해준걸까. 진짜 궁금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특히 내가 방금까지 열광하고 눈 앞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공연을 하던 그가 나를 알아봐주고 기억해줬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 기뻤어야 할 일이다. 사진찍어요. 인터뷰 끝나고 올라가서 찍어요. 그게 다였다. 그리고 내가 아끼던 지갑 속 사진에 싸인을 받았다. 왜그랬을까. 아끼는거였는데. 그러고싶었다 왜인지.. 그리고 올라가서 다같이 사진을 찍고 감사인사를 나누고 나는 내 동행인들과 함께 앉아 가벼운 담소를 나누었고, 그는 다른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는 이때 너무 흥분해서 조금 날뛰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두근거려서 잠시 들린 빙수집에서도 돈을 내고 빙수는 먹지도 않았다. 두근거림이 마치 뱃속에 나비 수십마리가 날아들어 입 밖으로 내장들이 튀어나올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두근거림은 처음이었다. 성취감 외에 감정이 섞인 오묘한 느낌. 그러고 친구의 남자친구 공연과 마지막 공연마저 다 봤다. 사실 친구의 남친 공연때 저기 옆에서 경청하는 그가 너무 신경쓰여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귀는 음악을 듣고 있지만 스피커 앞에 오래 서 있을 때 처럼 이명이 온 듯 한 느낌이었고, 두근거리는 소리에 묻히능 기분이었다. 그래서 입구를 보는 척 하며 그의 옆모습을 자꾸 흘끔거렸다. 내가 살다가 남자를 이렇게 두근거리며 계속 훔쳐보고.. 웃겼다. 자꾸 웃음이 났다. 나에게 뭘 딱히 선물해준 것도 말을 많이 해준 것도 아닌데 괜시리 자꾸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왓다. 대놓고 쳐다보고 싶었는데 그건 내가 생각했을 때 미친년같아서 참았다.(남이 생각해도 그렇겠지만) 그리고서 친구 남친의 차를 빼주는 소동이 일어났고. 그 전에 짐을 빼는 그들을 보고 잘 가라 하였는데, 짐 두고 다시 올거에요. 라길래 다시오세요~(안녕히가세요 톤으로) 했다. 또라인가. 흘려들었길바란다... 그리고 마무리 하고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려는 친구의 남친과 대화를 나누었다. 뒷풀이 장소가 가득 차 우리까지는 못갈거라며 눈치를 보는 친구의 남친이었다. 사실 조금 눈치채자면 그 오빠가 뒷풀이 장소 가면 자기 여자친구 잘 못챙겨주고, 또 여러가지 이유에 그냥 안데려가고픈 마음도 좀 있었을테다. 나는 솔직히 뒷풀이 엄청 두근거리며 기다렸기에 물론 실망감도 컸지만 쿨한척했다. 조금 찡찡대다기.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아쉬운 마당에 뒷풀이 위치는 아니까 친구 남친을 먼저 보내고 간격을 두고 몰래 미행(?)했다. 안들키고 뒷풀이 장소까지는 갔는데 문제는 들어가느냐 마느냐.. 앞에서 한참 서서 고민하는데 공연장에서 표검사를 돕던 분이 왜 안들어가시고있냐기에 사정을 설명했더니 자기가 책임져준다며 우리에게 들어오라 하였다. 난 또 민망해서 애들 들어가고도 밖에서 쭈뼛.. 그러고 착석했다. 우리를 데려가준 분과 함께 앉았는데 하필 건너편 대각선에 그가 있다. 눈 앞에 고기가 있는데 넘어가지를 않는다. 목구멍이 턱 막혀서 밀어내는 것 같다.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붉어진 그를 가끔 훔쳐봤다. 미쳤다. 사람이 한 순간에 이렇게 좋아질 수가 있나. 그냥 흐리멍텅해 보였던 것 같은 얼굴인데, 저 붉어진 얼굴이 왜 저렇게 사랑스럽지. 목이 탔다. 당황스러워서. 그리고 왜인지 자꾸 눈에 보여서 긴장이 되어서 술만 들이켰다. 나는 맥주 쓰레기라 소주만 마셔야하는데 소맥을 연신 들이켰다. 알코올 한계치가 아닌 맥주 한계치에 도달했다. 내 자신이 취한 것을 깨닫고, 소주로 갈아탔다. 또 슬쩍 보니 그도 뭔가 아까 본 키큰 여자가 저기 앉아있네 싶었는지 눈이 한번 마주쳤다. 그 뒤로 마주친 눈은 그냥 나의 착각이라 생각한다. 근데 눈을 마주치고도 나는 그냥 인사하고 치우면 될 것을 눈을 피하고 술을 마셨다. 급 부끄러움이 최고치가 되어서 인사조차 못했다. 속으로 내 자신을 엄청나게 욕했다. 눈인사라도 할걸...미쳤지.. 팬으로 보이는 한 분과 동료와 동료의 애인 등등과 같이 앉아있다가 또 일어서서 인사하기도 하다가 나갔다가 들어오기도 하더라.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서, 어느곳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방금 마주친 상황에서 인사를 안 한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서 또 술잔을 들고, 비우고, 채우고.. 우리를 챙겨주신 분이 쟤 불러줄까? 했지만 나는 절대 부르지 말라했다. 안돼요 안돼요!! 라니 왜그랬냐 한달 전의 나야.. 당연히 부르면 뭔가 나는 티거 날 것 같고.. 티를 내고나면 내 주제에 무슨..이라는 생각에 우울해질 것 같기도 해서.. 그리고 그 자리를 파하고 2차로 갈 사람은 가자는 말이 들렸다. 지금 시각도 원래 생활패턴대로라면 외출금지 각인데 그 날은 엄마가 집에 없었다. 그래서 완전 일탈수준으로 막나갔다. 2차도 갔다. 이름은 많이 들어본 펍이다. 인디공연에 관심이 있다보니 종종 들었었다. 거기로 가는 길에서도 그의 앞으로 앞장서 가다가 길을 헷갈려 우뚝 섰다. 그리고 그가 지나가길래 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술은 취했고, 그는 앞에있다. 하지만 난 아직 그에게 인사도 아는척도 안했다. 그래서 뒤에서 평소보다 많이 하이한 상태로 동행인들에게 조잘댔다. 그리고 펍 지하계단을 내려가는데.... 미끄러졌다... 존나죽고싶다... 진짜....신발이 미끄러운 곳에서 미끄러지는 그런 신발이기도 했고 계단인지 신발인지도 젖었는데, 나도 취했었던터라. 지금 생각하면 이상할 일도 아닌데... 하필!!!하필 미친 진짜 왜 그의 뒤에서 미끄러져서는으아ㅏ아아ㅏ아ㅏ가악앙 그사람이랑 아까 그 음료받아간 동료가 뒤를 돌어보며 괜찮냐고 물었다. 몰라. 아픈거 그때는 1도 몰랐다. 일단 아픈척은 했다. 여기서 바로 벌떡 일어나면 민망해서 안아픈척한다고 생각할까봐 그랬었던건데, 멍청하다 진짜. 그리고 머리가 새하얘졌다. 창피하니 그냥 가주세요.했던가..옆에 우리 데려다주신 분도 괜찮으니 가라고 해주셨다..고맙다.. 한참 앉아있다가 일어났는데 민망해서 어쩔줄을모르겠더라.. (다음날보니 허벅지랑 옆구리 멍들어서 아팠음 ㅠㅠ) 그러고 들어가서는 뭘 했던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같이 간 후배랑 요즘 포켓볼에 맛들여서(나는 올해 여름 처음 쳐보고 아직 열번도 안쳐봄..) 둘이 포켓볼 연습이나 할까요. 하며 시작한건데 우리 데리고다녀두신 분(이하 표군이라하겠음)이 오셔서 같이할까 하셨고, 그사람은 어디서 온건지 정신차리니 나랑 팀이었다. 응? 이게 무슨상황이지? 생각해보니 나 쌩초보잖아!싶어서 저 정말 못치는데요 ㅠㅠ 라고했더니, 그 사람이 아주 듬직한 표정으로(내눈에는일단) 괜찮아요. 제가 잘 쳐요! 했다. 미쳤다 솔직히 포켓볼이고 뭐고 갑자기 너무 큰 충격이었다. 별거 아닌 한마디잖아 진정하자 라고 속으로 계속 진정시켰다. 겉으로 너무 티날까봐서 정말 포켓볼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나 진짜 포켓볼 못치는데, 화 한번 안내고 계속 잘했다고 해주더라.. 미안해서 집중하고 딱 맞추기라도 해보자 했는데, 야속하게도 휘청휘청거리는 나의 큣대.. 술과 그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데 포켓볼을 퍽이나 잘 쳐주겠다. (게다가 그가 사진찍으며 키가 크시네요 라는 말이 너무 신경쓰여서 계속 무릎꿇고 턱 괴어 구경했더니 나중에 내 다리가 시커멓더라.. 집가서 다리보며 진정 취했네 싶었다..) 그렇게 계속 치다가 내 차례에 흰공이 벽쪽에 바짝 붙어있어 어찌 쳐야할지 몰라서 당황하며 이거 어떻게 쳐야하는 거에요 하며 물었더니. 무슨 족발 손모양을 하며 이렇게 치면 돼요. 하며 건너편에 그가 알려주었다. 근데 내가 그걸 보고 따라 할 수가 있겠냐고.. 이제 걸음마 겨우 시작했는데! 그래서 또 찌질하게 어어...하며 못치니 답답했는지 와서 자세를 알려주었다.(여기서 나는 또 내 손등에 손 엎어 알려줬다며 일주일은 함께 갔던 친구에게 미친듯 떠들고 다녔다. 내가 이렇게 작은데 큰 의미를 두는 여자였다니..) 그래도 제대로 못쳤다.. 이제는 체념한 듯 쓴 웃음을 지으며 잘 쳤다고 역시나 말해주는 그를 보며 참 친절이 몸에 스며있는 사람인가..싶었다.. 나라면 조금은 장난스럽게 짜증냈을텐데, 그래도 이겼다. 이기고 하이파이브를 했던가? 기억이 안난다.(한참 나중에 표군을 따로 만나 그 때 이야기를 했더니 눈치까고 바줬지 라고 하던데 진실은 어디에) 그러고 애들이 내 폰으로 그 사람과 사진을 찍길래 나도 찍어달라했다. 애들이 끼려하길래 저리가라하고 둘이서 찍었다. 나중에 앨범보니 나 무슨 당구공에 맞은 개구리같이 나왔더라....그래도 어두워서 흔들린 덕분에 5장 찍었다.(전부 개구리였다) 그러고는 잘 모르겠다. 앉아있다보니 다른 아는 사람이 생맥주..그노무 맥주 가져와서 조금 홀짝이다보니 그가 없더라 3시쯤인가 그때부터 안보였다. 그러고 우리는 다트도 좀 하고 그러다가 4시에 귀가하였다. 다 같이 귀기헤 아버지께 안취한척 헸다. 태연한척 연기하던 나를 다시 떠올리면 참 소름돋는 사람이다. 그리고 다음날 그에게 개인 메세지로 (보내기 전에 이불킥을 여러번 시전하다가 아차싶어서 수습겸 보내기로 생각) 조금 길게 메세지를 보냈으나.. 약간 단답이 돌아와 마음이 좀 씁쓸했다. 그래도 이 날 뒤로 고기를 봐도 입맛이 없고 그래서 근 1개월 동안 5키로가 빠졌더라. 요즘 약속이 잦아 조금 조절이 안되는데, 예뻐지기 위해 나름 혹독하게 참는 중이다. 다음주는 다시 관리에 들어가야한다. 전에는 다이어트가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닌 포만감이 스트레스다. 지금은 예전만큼 올인하지는 않지만(이제는 그와 내가 잘 될거라는 가망따위 하늘로 날려버렸기 때문)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예뻐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내 만족이니까 이건. 그래서 고맙다. 그 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착각 잘 하는 나에게 좋아할 건수를 내어 주어서, 그리고 좋아지려 하자마자 착각거리를 주어서. 빠르고 깊게 빠져서 잠수병에 혼미했는데, 갑자기 깊게 빠졌더니, 작은데서 큰 충격을 느끼게 되어서 오히려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현실도 못 깨닫고 계속 아파하며 좋아했겠지. 그 날로부터 한달이 지난 현재의 나는 이제 옆에서 인공위성처럼 맴돌며 그저 엄마미소나 지으며 좋아하려고 한다. 이제 한 사람에게 가망없이 무리하지 않고 잘 구하겠다. 뭐라고